1643년 국왕 루이 13세가 죽고 아직 어린 루이 14세는 섭정하의 그림자에 가려 살아갑니다. 어머니와 로마 가톨릭 교회 추기경이자 재상인 마자랭이 정권을 잡고 권력을 강화합니다. 왕권을 견제하는 귀족 세력은 두 번의 난을 일으키고 이에 왕실은 파리를 퇴각합니다. 결국 반란은 진압되었고 왕실은 파리로 귀환합니다. 루이 14세는 프롱드파를 진압하고 권력을 잡은 부르봉 왕가의 승리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알리기 위해 프랑스 시민들 앞에 섭니다.
글 대신 발레극을 통해 왕의 승리를 알리기로 합니다. 그는 이 발레극(Ballet de la Nuit: Ouverture)에서 직접 태양신으로 무용을 하고 귀족세력은 태양신에 무릎 꿇는 역할을 연기합니다.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권위를 음악과 무용을 통해 시각화하고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합니다.
반면,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인 륄리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궁정에 들어오게 됩니다. 륄리는 예술로 입지를 다지며 극작가 몰리에르와 협업하게 됩니다.
청년이 된 루이 14세는 점차 왕권을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몰리에르와 륄리는 루이의 명령으로 종교계 인사와 귀족의 위선을 풍자하는 희극을 공연하지만 귀족들의 압박을 받습니다. 결국 몰리에르는 병에 시달리며 외롭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륄리는 점차 자신의 창작욕과 루이의 명령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음악가로서의 자율성을 갈망합니다. 하지만 루이는 더욱 강경한 절대왕정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륄리도 결국 왕의 충복이자 희생자가 됩니다.
장바티스트 륄리(1632-1687)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프랑스 궁정 음악과 오페라의 체계를 확립하여 국가적 음악 스타일을 제도화한 인물입니다.
륄리는 프랑스 고유의 오페라 장르인 서정 비극(tragédie lyrique)을 창안했는데 이탈리아 오페라가 성악 중심인 것과는 다르게 드라마, 무용, 합창, 기악을 통합한 형태입니다.
특히, 프랑스어의 리듬과 억양에 맞춘 레치타티보(말하듯이 노래하는 방법)가 확립되어 자연스러운 낭송 위주의 절제된 아리아가 혼합된 형태인데 그 당시 오페라의 정수라 불린 이탈리아 오페라와 구별되는 확실한 특색을 보입니다.
서정비극의 도입부에는 프랑스 서곡이 배치되어 느리고 장엄한 분위기로 시작되는데 왕의 입장이나 왕을 향한 경의를 상징합니다. 이는 공연이 주로 베르사유 궁전 등 왕실에서 왕과 귀족들이 감상한 것과 관련됩니다.
루이 14세가 실제로 '나의 오페라' 라고 부르며 가장 사랑한 작품인 서정비극, "아티스"( Atys: 'Le Sommeil' - Dormons, dormons tous )가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내용은 사랑과 운명, 신들의 개입을 다룬 서사인데 루이 14세가 극 중 주인공처럼 무대에 서거나 공연을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느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화려한 무대 위의 왕이 감정이입을 하는 장면은 예술과 왕권의 완벽한 융합을 보여줍니다.
1687년 1월, 륄리는 루이 14세의 병상에서의 회복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서곡 "Te Deum"을 지휘했는데 당시의 지휘 방식대로 바닥에 긴 막대기를 내리치면서 박자를 맞추다 발가락을 찔러 괴사 하게 됩니다. 륄리는 발가락을 잘라내는 것을 거부함에 따라 결국 3월 22일, 홀로 무대에 서서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고 눈을 감습니다.
<주요수록곡 목록>
- Te Deum: Symphonie
- La Bocanne primitive
- La Bocanne compliquée
- Phaéton: Troupe d'Astrée dansante (Prologue)
- Ballet de la Nuit: Ouverture
- La Plaisirs Ballet: Sarabande
- Le Bourgeois Gentilhomme: Marche pour la cérémonie des Turcs
- Armide: Passacaille
- Atys: 'Le Sommeil' - Dormons, dormons tous
- Les Folies d'Espagne